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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에 맺힌 어머니사랑

2014.05.03 14:55

강상욱(56) 조회 수:1998

 

 

석류한알 한알에 맺힌 어머니사랑

 

1.4후퇴를 보낸 부산 피난 窮民학교 시절 구멍이 숭숭뚤린 군대용 천막은 교무실이었고 ,소나무사이에 걸린 흑판은 우리교실이었다.

 우리가 다니던 용산 제2 피난 국민학교는 지금의 부산대학옆 금정산에 있었다.

 

그때는 유난히도 코흘리개가 많았는지 ,코물딱은 흔적으로 더러워진  옷소매를 걸친 아이들은 자기가 앉을만한 돌들을 의자처럼 사용했다.

 

유난히도 춥던 그겨울은 정말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때는 그저 배부르게 하루세끼를 먹는것이 소원이었다.

봄이면  아카시아,진달래,깜부기,싱아며,심지어 소나무 껍질까지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던 그시절,

 

어머님은 친절한 이웃의 도움으로  당시 3.1육군병원(재활)앞에 (지금부산대학교)구멍가게를 내어 호구지책을 하시던 때다.

심성이 인자하시었던 어머니는 따뜻한 정으로  군인들은 대하여 주시어 많은이들이 마치 친어머니 처럼 따르며 위안을 받았다.

그중 성씨가 같은 분은 아예 수양아들로 삼아 결혼과 일자리까지 챙기어 주시며 친자식처럼 대해주시었다.

 

다행히 약제사로 일자리를 구했던 형님덕분에 비를 피할 움막같은 집과 밥을 먹을수는 있었던 것은 그나마 커다란 행운이었다.

 

유일한 간식은 뻥튀기와 깜부기가 전부일때이었다.

그래도 어떤때는 웅덩이를 퍼내 잡은 미꾸라자로 만든 추어탕과 개구리 뒷다리 그리고 형님이 공기총으로 잡은 참새다리는 우리의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가게앞으로는 동래장에 과일과 산나물들을 내다 파는 아줌마들이 지나다녔는데,특히 보석같은 알이 삐주기나온 석류는 정말 먹고싶은 과일중에 으뜸이었다.

하루 한끼도 어렵던 시절 언감생심 아무리 6살배기 코흘리개였지만

차마 사달라는 소리는 입으로 낼수없었다.

 

잊으려면 더욱 그리워지는법 꿈속에서라도 그석류 한알이라도 먹고싶었지만,그저 처다보며 침을 흘리는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은 한두명도 아닌 10여명의 아줌마 부대들이 석류를 머리에 이고 집앞을 행진하듯 지나가는것이었다.

슬며시 엄마에게 저과일 한개 먹을수 없겠냐고 모기목소리로 졸라보았다.

이미 답은 알고 있지만 그냥이라도 해보지 않으면 안될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일인가

 

엄마는 생명첢 꼭꼭 숨기어 두었던 쌈지 주머니 를 풀고, 그맛있는 석류를 사주시는것이 아닌가.

그날나는 석류를 먹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60년이지나도 그날일이 생각나는것을 보면 그순간 나는 진정 엄마의 사랑을  듬뿍 먹은것만은 확실한가보다.

 

정많은 누이들과 조카들과 형수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았지만 ,625초에 학살당하신 아버지 생각에 혼자 외로울때가 많았지민 조숙했던 탓인지 이런 모습을 남에게 보이지는 않았다.

 

특히 어머니는 아비없는 자식이란 말을 듣지않게 나를 엄히 키우시리어 하시어 그나이에 부릴수있는 어리광을 받아주지 않으셨다.

 또 한집에서 함께 자라나는 동년배인 손자들과 망내아들을 차별없이 대하시려 , 나에게만  특별히 따뜻하게 배려하시는 모습을 일부러 보이지 않으시었다.

 

가끔 나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다리밑에서 주어온 고아가 아닌가 하며 혼자만의  외로움에 빠져들기도 하였던 때였다.

그러니 학교에서도 항상 반항적이었고,나비야 춤을 추라는 여선생과 싸우다 집으로 쫓겨 왔을 정도이니 ,엄마의 마음은 편치 않았으리라.

 

그러나 그때 어머님이 사주신 석류하나는

나의 인생에 사랑을 알게하는 보석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석류를 보기만 하면 그때의 일이 생각나며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묘한 보석이 되어 버렸다.

 

속까지보이는 맑은보석,

향끗하면서도 새큼하게 터지며 침샘을 자극하는 맑은 알알들

스스로 껍질을 터트리어 속살을 내어주는 지고한 희생

최근에 몸에좋다고 갑자기 귀하신 몸이 되어버린듯하다

 

그안에 담긴 내 어머님의 사랑까지 베어 먹으면

세상이 더욱 환해질텐데 하는 바램이다

 

벌써 가신지 반세기가 되었는데도 …..

아련히 떠올리는 어머님생각이 저빠알간 석류알에서 알알이 묻어나는듯 하다.

어머님 돌아가신 오월이 돌아오니 문득 그때일이 생각난다

 

팔다리를 전쟁중에 잃은 상이군인들이 오마니 오마니하며 눈물로 향수를 달래던 모습이 다시 회상된다.

 

금년에는 더늦기전에 몇차례 도시개발로 부산으로 이장한 어머니 묘소에  어머님이 좋아 하시던 국화를 들고 찿아 뵈러 가야겠다.

 sis-mom50.jpg

어머니날이 있는 오월에

그리운 이름을 다시한번 불러봄니다

어머니

오마니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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