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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생각

2012.12.19 08:26

강상욱(56) 조회 수:2809

사모곡 (思母曲)

비가없는 사막이지만 오랜만에 하루종일 비가왔다. 덕분에 Mt. San Jacinto San Gorgonio, Santa Rosa valley를 병풍처럼 둘러쌓고있는  높은산맥에는 중반까지 흰눈이 쌓여 제법 겨울정취을 느끼게 하여준다.

 

새벽 산책길이 제법 쌀쌀하여 몸을 움추리게한다. 찬공기 덕분인지  별빛들은 더 영롱하게 보이는듯하다.

 

 얼마전 친구아들 결혼식 때 동기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니 늙구스레 주름진 얼굴에 백발이 성성한  친구들과 웃는 모습속에 내가 있었다. 우리부모세대는 60이면 삶의 고비를 넘기었다고 잔치까지 하였는데, 우리세대는 아마 80이 되어야 그런 대접을 받을듯하다.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닌 어떤 삶으로 살았는가가 더 소중해지는 듯하다.

 

 불현득  1968 68세에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난다. 이북에서 평생 이루었던 전재산을 버리고 38선을 넘어 월남하실 때에도 재산목록 1호이었던 그무거운 singer 재봉틀 머리를 떼어 머리에 이고 내려오시었고, 아버님이 학살당하신후 14후퇴때 부산으로 피난갈때에도 제일먼저 챙기시어 만약의 사태에도 자식들을 굶기지 않으시려 하시었다.

 

 서울수복후에도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하시면서 동대문 새벽시장에 가서 몸부다 무거운 야채등을 머리에 이고 시오리길을 걸어 다니시었다. 그래서인지 환갑이 지나시고 어느정도 가정이 안정되자 류마티스형 관절염으로 제대로 걷지를 못하시고 혹독한 아픔을 견디시어야했다.

 

 극심한 고통속에서도  앓는 소리를 내어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시려 ,모든자식들이 잠든 밤이 되면 그때서야 소리를 내어 앓는 소리를 내시며 밤새 고통속에 시달리시었다.

늦게 공부하다 잠들려면 아래층에서 들리는 어머님의 고통어린 신음에 아무것도 할수없는 나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던 생각이 난다.

 

지금은 이에대한 여러가지 진통제와 건강보조식품 그리고 물리치료에 수술까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어머님의 고통을 어찌하지 못하고 그저 어쩌다 다리를 주물러 드린것 밖에 없는 불효자의 심정이다. 어쩌다 객지에서 돌아올때 신촌 로타리에서 미제초코렛 한두개 사들고 가 어머니께 드리는것이 고작이었다.

 

효도를 하고 싶어도 아니계신 어머니 생각을 아는지 짙은 구름이 사막에 드리웠다.

 

어머님을 외운지 6년후 꿈에 어머님을 뵙고 써내려갔던 시를 다시 들쳐보았다.    

 

 

 

 

 엄마 누우신데는

                         19741

 

어느틈엔가 북풍이 매서워지더니만

어제는 흰눈이 소복히 왔읍니다.

포근한 엄마품이 그리워만 집니다.

 

어머님

세상은 왜이리 차갑기만 한가요

얼어붙은 마음들 속에서는

차가운 이야기만 하고 산답니다.

 

어머님이 45 놓고 가신

이 작은 막내동이는 어느속에서도

언 맘을 녹일 곳이 없답니다.

 

해가 갈수록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어머님

그춥던 부산 피난시절

길에서 웅크리고 잘때에도

언손이 곪아 수술을 마취도 없이 받을때도

얼음판에서  젖은 옷을 입고 뗠때에도

 

 3.1 육군 병원 앞에서 구멍가게를 하실때에 팔리지 않은 언 사이다를 먹으려다 못에 귀가 찢어졌을때도

엄마가 계셨기에 견딜수 있었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언땅에 저 혼자입니다.

어디 부축일때도, 이언 맘을 녹일데도 없답니다.

 

어머님 눈 감으시기 며칠전

막내손을 붙들고 하염없이 우시뎐 어머님

철없던 막내는 지금에야 얼마나 엄마가

소중하고 그리운지 알아가고 있답니다.

 

어머님 누우신 땅은 차지 않으신지요

항상 따뜻하고 자비로왔뎐 심성이신지라

그곳도 따뜻히 만드셨겠지요.

 

흰눈이 어지럽게 흩날립니다.

눈물이 흐르고 나니

조금은 따뜻해 진것 같습니다.

 

어머님 생각만 하여도 마음이 이리도

푸근해 지는것을 이제야 알았읍니다.

 

엄마 보고파요

정말 보고 싶어요.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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